서두

메타버스라는 생각보다 오래가는 키워드 덕분에 마인크래프트가 로보록스와 함께 메타버스의 대표적인 예시로 쓰이고 있다.

게임이라는 영역이 드디어 사회의 악이 아닌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하나의 현대 기술력을 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발전했다.

메타버스 열풍이 그다지 탐탁지 않지만, 단순히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문화와 산업이 이루어진 토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인식이 발전 했다는 것이 유의미하다고 본다.

아무튼 오늘 이야기하자는 것은 산업이나, 메타버스 같은 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마인크래프트가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놀라운 점에 대해서 쓰기 위한 것이다.

본론

마인크래프트는 플레이 경험에 대한 이야기

마인크래프트를 군복무를 하기 전 6 개월, 현재까지 대략 게임 플레이 1년의 기간 동안 다른 사람과 함께 해왔다.

마인크래프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혹시 있을까 약간의 설명을 하자면, 마인크래프트는 자바로 개발된 자바모드와 MS가 마인크래프트를 인수 한 뒤 C++로 새롭게 만든 버전이 있다.

주로 사람들이 하는 건 자바 버전, 그리고 자바의 특성상 jar 파일을 직접 열어 수정하거나 확장하기도 용이하기 때문에 다양한 확장 버전이 존재한다.

나와 그리고 같이 하는 사람들은 특이하게도 바닐라 버전, 커스텀 모드 없는 상태로 계속해서 했다.

하나의 세계를 지속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서버를 2~3 개월 오픈하고 새로 열 때마다 새로운 월드에서 플레이했다.

바닐라 모드는 마인크래프트의 샌드박스 야생에서 직접 하나 하나 모든 것을 짓고, 만드는 형태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원조 샌드박스 플레이를 즐기는 모드다.


무에서 시작하는 야생 생존 플레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야생에서 살아 남는 것이라 마인크래프트를 해보지 않은 분들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처럼

사냥을 하고, 쉴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자원을 모아서 도구를 만드는 그런 플레이 스타일이다.

그렇게 한 번 오픈하면 2~3 개월 간 즐기는 형태를 5번 반복했다.


군 복무 전에 실컷 즐기고 전역후 플레이하는 중 (맨위)



여러 차례, 그리고 현재 2021년 12월에 오랜만에 서버를 새롭게 오픈해 마인크래프트를 하면서 나의 가설이 점점 들어 맞는 것을 몸소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마인크래프트가 의도한 설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반복된 패턴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그동안 봐왔고, 또 내가 했던 행동을 다시 돌아보면 놀라운 것이 인류의 발전사와 상당히 유사했다는 것이다.

그 패턴은 다음과 같았다.

원시 사회와 부족 형태의 공동체

우선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열면, 첫 사진과 같이 아무것도 없이 주변에 뭐가 있는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흔히 샌드박스 게임의 특징처럼, 랜덤 시드를 통해 생성된 월드이기 때문에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다.

보통 마인크래프트를 처음하는 경우가 아니면, 제작대를 만들고, 도구를 만들고, … 정해진 초반 단계가 있다.

이 단계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업탐험을 위주로 행동한다.

일부 사람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농사를 짓고, 주변에서 모으기 쉬우면서도 필요한 자원을 수집한다.

다른 일부 사람들은 주변에 풍경이 이쁜 지형을 찾기 위해 찾으러 떠난다.

이쁜 지형을 찾는 건 몇 번 해본 어느정도 경험자의 이야기지만, 결국 터를 잡는 것은 주변에 자원 수급 또한 고려해서 선정하기 때문에

원시 인류들이 필요한 자원을 원활히 수급하기 위해 적당한 곳을 찾으러 다니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쁜 지형을 찾는 것, 나중에 필요한 자원을 수급하기 위해 정글,테라코타,빙산 등 희귀한 지형이 주변에 있는 것, 아이템을 교환할 수 있는 주민(NPC) 마을이 있는 것, 등등 스타팅 지역을 찾는 우선순위가 있다.

물론 게임이다보니 지금 당장 생존이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서버의 경우 사냥을 통한 식량 수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유저라면 대량으로 밀을 재배하기 위한 넓은 평야를 만들 만한 공간 또한 고려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들어 맞는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서버 초기에는 모든 사람이 자원을 채취하면 당장은 버리지 않고, ‘마을’ 공공 박스에 일단 저장해 놓는다.

신기하게도, 서로 서로 자신에게 맞는 플레이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자원을 캐는 사람, 건물 또는 농장을 짓는 사람, 새로운 지형 또는 자원을 찾는 사람, 등 자연스럽게 분업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처음에는 각자 주어진 역할에 따라 플레이를 하면서 공동 소유를 하게 된다.

게임이라는 현실과 조금 다른 점을 감안해도 분업과 공동 소유, 그리고 단체의 생존을 위해 공통된 목적을 가진 건축물을 짓는 등, 등의 행동을 봤을 때

원시 공산주의, 그냥 인류가 최초로 정착하고 사회를 이루었을 때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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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라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 요소, 그리고 생존 샌드박스 게임일 뿐인데 인간의 발전사 중 초기 시점에 있었던 상황과 유사하고 게다가 보이는 행동 양식마저 유사하다.

놀라운 점은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생존을 위한 노동이 게임의 일부이며 그 행위 자체에 대해서 사람들이 즐긴다는 점(게임으로 받아 들임)과 5번 반복하면서 속도가 더 빨라지고 최적화 될 뿐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는 것이다.

개인 소유와 공급의 특이점(singularity)

이제 어느정도 식량이나 흙을 파기 위한 도구의 수급이 원활해 지면서 다이아몬드(이하 다이아)를 캐고자 한다.

이 단계부터 대부분의 사람은 땅을 깊게 파고 들어가 다이아를 얻기 위해 땅 쏙에서 돌을 캐는데 몇 시간씩 쓰게 된다.

놀랍게도 이런 반복적이고 노동과 같은 행위가 게임의 일부분으로써 작용하고, 또 이를 즐긴다는 점이다.

물론, 반복적인 노동을 하는 것은 다른 게임들과 큰 차이는 없지만 다이아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신하지 못한 채 주구장창 굴을 파는 건 이상하리만큼 보편화되었다.

처음 마인크레프트를 접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미친놈처럼 보일 수 있어도 석유 시추를 위해서 바다 한 가운데에 엄청 긴 강철 빨대를 꽂는 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엄청난 노동 끝에 다이아를 캐고 쉽게 남들과 공유를 하기 싫어진다.

다이아를 캐면서 같이 볼 수 있는 철, 애메랄드, 레드스톤, 청금석, 석탄, 등 사람마다 다르지만 이런 광물의 경우 나중에 서술할 미적 용도 외에도 자주 사용하는 광물이기 때문에 공유하기가 사뭇 꺼려진다.

의 경우 가장 수요가 많으나, 결국 철로 만든 곡괭이와 삽을 다시 광물을 캐기 위해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선듯 나눠주기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애메랄드의 경우 위에 언급한 주민(NPC)와 아이템을 교환하는 용도로 쓰인다. 애메랄드는 광물을 캐서 얻는 것보다 대부분 주민과 교환을 통해 수급한다. 나중에 서술할 건축물을 짓는 단계에 도달할 때 주민 중에 건축 자재로 쓰이는 광물을 직접 캐지 않고 주민을 통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화폐처럼 일단 가지고 있으려는 경향이 높다.

레드스톤의 경우 미적 용도로 쓰이기도 하지만, 주로 자동화 공정을 위해서 쓰이기 때문에 딱히 개인이 소유하는 경향이 적다(본인이 공장을 짓는 경우가 아니면). 자동화 공장을 만드는 것은 대부분 자원을 수급하는 용도인데, 공장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원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한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공공재적 성격을 띈다.

청금석의 경우 나중에 인챈트(enchant)할 때 사용된다. 대부분 한 번 인챈트한 장비를 수선(mending)이라는 능력을 부여해 장비의 내구도를 수리하는 방법이 있어, 좋은 장비를 한번 인챈트하고 다시 인챈트를 하는 경우가 드물어 공급도 적지만 수요도 적은 특이한 광물이다.

석탄의 경우 횟불(torch)과 등불을 제작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광물이다. 그래서 공급도 많지만, 수요도 많아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경우가 있다. 횟불 같이 ‘빛’을 만드는 아이템은 절대 꺼지지 않기 때문에 수요가 한정적이지 않나?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마인크레프트는 빛이 안 닿는 곳에서 몬스터가 스폰되고, 또 광물을 캐기 위해서 지하로 가는데 어둡기 때문에 땅을 파면서 또 횟불을 계속 깔아줘야하므로 석탄은 서버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져야하는 광물중 하나다.

광물 이외에도 화약, 석영, 등과 같이 공급이 적은 다양한 아이템이 있지만 이런식으로 발전 단계(서버의 성숙도)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변한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개인 소유’가 왜 생기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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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래프는 위에 소개한 5개의 광물의 수요와 공급이 서버의 성숙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참고 자료다.

플레이 스타일(멀티 플레이 같이하는 사람들)이나 전략(공장을 짓는 우선 순위)에 따라 다르다는 점을 참고해야한다.

다만, 대부분 공장을 만드는 것이 현실이나 게임이나 마냥 쉬운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 저렇다고 대강 알고 있어도 무방하다.

현실 경제와 다른점은 마인크래프트는 게임과 같이 다회차 플레이를 하면서 패턴을 미리 알기 때문에 무기한 선물(stocks future)과 같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인크레프트 공장”이라는 검색어로 유튜브를 보면 알겠지만, 공장을 만들어 공급이 수요를 초월하면 특이점(singularity)이 발생한다 - 화살표 그린 것 보세요.

마치 현실의 자동화 공정(자원이 무한하다는 가정하에)이 일어나는 것과 같다.

같은 광물을 대하는 자세가 마인크래프트 공장을 만들어 공급량이 폭발하게 되면 바뀌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게임 같지만, 행동 패턴은 현실과 똑같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으로 봐야지 메타버스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행동의 결과물은 게임 안이라 현실과 다르게 보일 뿐, 유사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미적 욕구 해소

자 이제 필요한 자원도 넘처난다.

생존을 위한 식량이나, 몬스터로부터 보호할 장비도 인챈트로 빵빵하게 채워 안전하다.

그러면 이제 사람들은 건축물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다.

소제목처럼 미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자체 제작



메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처럼, 밑에 있는 단계들은 해소가 되었으니 미적 욕구를 충족하고 건물을 짓는다.

진짜 거짓말 같이 다들 건물을 짓기 시작한다.

미적인 건물이 아니더라도, 또는 지도를 만들어 맵을 밝히는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을 한다.

5번의 서버에서 플레이 하면서 이 과정까지 왔다.

이 과정에서 건축에 필요한 자원을 찾아 나서기도 하느라 시간도 엄청 많이 쓴다.

크리에이티브 모드에서도 지을 수 있는데 왜? 야생에서 짓는가?

일단 크리에이티브 모드는 생존 없이 건물을 짓는 모드다. 비유를 들자면 그냥 ‘자유 모드’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튼 왜 엄청나게 큰 건물을 굳이 힘을 들여서 짓느냐? 하면 매슬로의 욕구 피라미드처럼 자연스럽게

멋있는 건물을 짓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자신의 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나도 이 단계쯤 되면 우선 도로와 다리 같이 공공 인프라를 짓는 것을 즐겨한다.

현재는 남는 자원을 모아두는 마을회관을 짓고 있다.

보통 흔히 자신만을 원하는 공간을 ‘집’이라고 부른다.

정리

단순히 게임은 즐길 수도 있지만, 사람의 행동 양상

인류가 그동안 어떤 과정에 걸쳐 발전했는지 엿볼 수 있는 시뮬레이터와 똑같다.

그래서 나는 이런 패턴을 지금도 보면 소름이 돋는다.

나는 게임을 통해 단순히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정교한 도구로써 많이 개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다른 유명한 예시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염된 피 사건에서 사람들이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아보는, 사회학자들이 상당히 관심을 갖은 사건이 있다.

미래에는 단순히 게임 그 자체가 아닌, 사람의 본능을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써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치 소설 파운데이션의 심리역사학자가 자료를 모으는데 데이터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사람의 행동을 변수화하고, 또 사람이 실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것을 걱정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훌륭한 데이터를 공급하는 수단으로 쓰이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를 생각하는 기업가들이 이런 생각을 할까?